비 오는 날의 행복
비 오는 날의 행복
김 한 호
비 오는 날은 행복을 느끼기에 좋은 날이다. 비 내리는 경치를 바라보며 잠시 낭만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차를 마시면서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내리는 비를 감상하며 아름다운 정취를 즐겨보자. 행복은 평범한 삶 속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과 기쁨이니까 말이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 오는 날에 좋은 일이 많았고, 비 오는 날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기대 때문인지 비가 오면 즐거워진다. 또한 비 내리는 날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행복은 미래에 화려한 삶을 욕심내지 않고 현재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예를 들면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 따뜻한 햇볕, 아름다운 꽃과 자연, 편안한 집과 사랑스러운 가족, 다정한 친구들. 이 모든 것들이 평범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것이다. 행복은 타인의 행복을 흉내 내거나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행복을 찾는 길이다.
헬런 켈러는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에서, ‘아름다운 꽃들과 빛나는 저녁노을’, ‘새벽에 먼동이 떠오르는 모습’, ‘밤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을 보고 싶다고 했다. 헬런 켈러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우리에게는 매일 볼 수 있는 평범한 삶이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 내가 이미 이룬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행복은 발견되는 것이다.
행복은 매 순간 경험하는 일상적인 것들을 만끽하고 음미하며 경이로워하는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늘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들을 기적처럼 놀라워하며 감탄하는 것.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더라도 바쁘게 서둘러 해치우지 않고 맛을 음미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 아름다운 꽃이나 자연을 보며 감탄할 때, 평범한 일상의 삶 속에서 작은 즐거움과 만족이 바로 행복인 것이다.
인생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사느냐가 중요하다. 행복 또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며 일 중독에 빠져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이 최상의 인생은 아닐 것이다. 미래에 더 큰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소소하지만 즐길 수 있는 순간을 포기하고 살아간다면 미래의 삶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현재가 모여서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내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에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나 재물과 명예에 대한 집착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자인 그는 부귀와 명성보다는 자기가 하는 일에 즐거움을 갖고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했다. 그러면서 여유롭고 평온한 삶을 살며 행복하게 인생을 즐겼던 것이다.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것. 행복은 마음이 즐거운 상태이고, 일상의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러므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남에게 알려서 기쁨을 함께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즐거운 일이 생겼어도 표현하지 않고 웃기는 상황에서도 웃지 않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비 오는 날에 밖에서 일을 하지 못한다고 불평하지 말자. 일을 하는 것보다 비가 내리는 것이 우리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에는 동식물이 제대로 살 수가 없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비가 내리지 않아 토양이 메말라가고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단비가 내리는 날은 행복한 날이다.
올해는 비가 자주 내렸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면 가뭄도 해소되고, 미세먼지도 사라지고, 동식물도 잘 자라 풍요로운 세상이 될 테니까. 또한 비가 내리는 날은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내 주위 사람들도 즐거워할 테니까 말이다. 비 오는 날은 행복을 느끼기에 딱 좋은 날이다.
김한호 약력
ㆍ 문학박사, 수필가, 문학평론가, 전 고등학교 교장(홍조근정훈장)
ㆍ 저서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해야지』(2018, 범우사) 외 7권
ㆍ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