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아이들
돌연변이 아이들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어떤 부모는 자기 아이를 돌연변이라고 한다. 분명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타고났을 텐데도 부모를 닮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이유인 즉, 아이들이 부모세대와는 너무 다른 사고방식과 별난 행동을 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걱정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부모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여 명문대학에 진학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과외를 시키고 외국 연수도 보낸다. 그러나 자녀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세대가 학교에 다니던 시대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는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가 돌연변이처럼 ‘어버이 계통에 없던 새로운 형질이 갑자기 출현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주변에 ‘오리의 우화’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연에 사는 오리는 새 중에서도 잘 날고, 헤엄도 잘 치며, 땅에서도 잘 걷는 팔방미인이다. 마치 한국 교육처럼 모든 교과를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리는 뒤뚱뒤뚱 걸으며 느리고 둔하다. 그래서 오리 엄마는 새끼 오리를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처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훈련을 시키고 과외까지 시켰으나 오리발이 찢어지고 높은 데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모든 새가 다 하늘 높이 날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오리는 오리의 능력에 맞게 날면 되고, 날지는 못하지만 빨리 달리는 타조나 깊은 물속에까지 잠수하는 펭귄은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자녀들이 특출한 인재가 되기를 바라고, 학교에서는 높이 날도록 경쟁만 시키고 있다.
자연 속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타고난 자질을 바탕으로 분수에 맞게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과욕을 부리며 남과 비교하고 만족하지 못하면서 행복을 잃어가고 있다. 마치 오리를 독수리로 만들려는 오리 엄마처럼 자녀의 개성을 무시하고 부모의 뜻대로 키우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는 타고난 자질과 환경에 따라 성장한다. 닭은 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졌는데도 날기를 포기하여 날지 못한다. 그러나 꿀벌은 날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몸무게에 비해 작은 날개로 날기 어려운 데도 부단한 노력으로 날아다닌다. ‘코이’라는 관상 잉어는 작은 어항에서 기르면 5~8㎝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강물에서는 90~120㎝까지 성장한다.
이처럼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더구나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요인은 30%에 불과하지만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많은 변화가 생긴다. 아이들의 성장은 시대 변화와 사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지 오리를 독수리처럼 키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자기가 하고 싶은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계발하여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을 갖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 돌연변이의 산물이다. 인간의 돌연변이는 태어나면서 유전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생존하는 동안에도 환경에 의한 돌연변이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인간은 살아가면서 지혜와 경험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하며 돌연변이가 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부모의 유전 형질을 그대로 이어받아 부모세대와 같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돌연변이 인간들인 것이다.
2022년 3월 31일(목) <전남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