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 김한호 에세이

[문학마당]하늘 메아리 / 수필 - 김한호

김 한 호 2023. 5. 1. 08:34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을 소리쳐 부르면 하늘 끝 어디에선가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밤하늘을 보면, 아스라이 먼 별에서 이승을 떠난 영혼들의 음성이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럴 때면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꿈이 많고,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감정이 풍부하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아름답다고 한다. 별과 비와 꽃을 좋아하는 나는 오늘도 별이 빛나는 밤에 밤늦도록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봄날 새싹처럼 솟아나는 기억들을 갈무리하여 꽃처럼 아름답고 정감 어린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리하여 문학작품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사랑과 지혜가 넘치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단지 글을 읽고, 쓰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학을 통해서 역사를 알고, 문화를 이해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신을 안다는 의미이리라. 그래서 사랑과 행복한 삶을 위한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행복의 파랑새를 찾기 위해 고뇌하고 있다. 인생의 이면에 깊숙이 감춰진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하루에 6천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감정은 즐거움, 슬픔, 역겨움, 분노, 두려움, 질투, 죄책감, 사랑, 희망이라는 아홉 빛깔의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들은 매일 끊임없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생각을 한다.

생각이 감정을 만들므로 생각은 모든 일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거나 느끼는 감정을 비롯하여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끌어들인 결과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간절히 염원하면 그것이 우주로 전송되어 메아리가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생각은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이며, 자기가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창조하는 길이다. 따라서 인생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먼저 깨달은 자가 늦게 깨달은 자보다 앞서가기 마련이다. 문화는 먼저 깨달은 자가 만들어내는 것이고, 늦게 깨달은 자는 그것을 배워서 따라갈 뿐이다. 인생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 깨달음 중의 하나가 언어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한다. 그 말들이 우주 공간에서 하늘 메아리가 되어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면, 또는 그동안 지구에서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의 말들이 우주 공간에 떠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그 말 속에는 얼마나 진실되고 사랑이 깃든 말이 있을까?

한국인들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은 ‘사랑’이라고 한다. 아기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도 사랑이다. 또한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가장 후회하는 일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더 표현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또 삶이 1주일 남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도 사랑이라고 한다. 인간이나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가장 아름다운 언어는 사랑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과학자들은 동식물들도 그들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꿀벌의 언어는 그들의 춤이다. 꿀벌이 추는 춤에는 꿀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에는 지혜로운 생각과 사랑이 깃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는 은하가 천억 개 이상이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은하계에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500억 개가량 있으며,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골디락스 존이 5억 개나 된다. 그중에는 우리보다 뛰어난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만약 지구 밖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도 언어나 신호 체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처럼 지혜롭게 생각하고 서로 사랑하는 다양한 언어가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무한한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푸른 하늘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아름다운 꽃과 자연이 있는 지구에서, 문학을 통해서 인간의 고귀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생과 사의 극한상황에서,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공허한 우주 공간에 메아리치도록 외친 언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이 세상에 사랑만큼 소중한 것도 없기 때문이리라.

<김한호 약력>
▶‘한국수필’(1994) 수필, ‘문학춘추’(2001) 평론 등단
▶한국문협 국제문학교류위원,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광주문협 평론분과위원장
▶저서 : 한국현대수필작가 대표작선집 ‘하늘 메아리’외 9권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아시아서석문학상 대상

http://www.kjdaily.com/1631529889555996202

 

[문학마당]하늘 메아리 / 수필 - 김한호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을 소리쳐 부르면 하늘 끝 어디에선가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도 밤하늘을 보면, 아스라이 먼 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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