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 김한호 에세이

아파트에서 우는 까치

김 한 호 2024. 11. 2. 10:55

전남매일신문에세이  2024.10.31(목)

 

아파트에서 우는 까치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아침에 아파트에서 우는 까치 때문에 잠을 깼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있다는 속담처럼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날마다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차라리 아침에 여러 마리의 까치가 시끄럽게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름이면 까치 우는 소리보다 더 시끄럽게 밤낮으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생태계 소음이다. 매미는 애벌레로 7년 또는 13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 허물을 벗고 한 달 남짓 몸부림치며 울다가 알을 낳고 죽는다. 그러나 매미는 여름 한 철만 울지만 까치는 사계절 내내 울어대니 문제다.

 

한국 사람들은 새 소리를 운다(cry)’고 표현한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새가 노래한다(sing)’고 한다. 역사적으로 한민족은 내우외환의 굴곡진 삶 속에서 민초들은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울었으리라. 그래서 새 소리가 울음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고려가요 <청산별곡> 2연에는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일어나) 우러라 새여. / 널라와(너보다) 시름 한(많은)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고 노래하고 있다. 청산별곡은 고려시대 사람들의 정서를 를 감정이입하여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 소나무숲에는 네댓 개의 까치 둥지가 있어 수시로 까치가 운다. 까치는 천적인 맹금류가 줄어들고 번식력이 좋아 도시 아파트에까지 까치가 입주해 살고 있다. 지난해 산까치와 물까치 한 쌍이 날아와 살더니 집까치들이 쫓아냈는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아파트에 까치집이 많이 늘어나면 까치 아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까치는 바람이 불 때 집을 짓기 때문에 부실공사를 하지 않는 영리한 새다. 까치는 새끼들이 성장하면 새로운 둥지를 지어 분가를 한다. 예전에 살던 둥지는 기생충이 많아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올봄에는 까치가 아파트 옆 가로수에 새로 집을 짓고 도로변 전신주에도 집을 지어 크레인을 동원하여 까치집을 뜯어냈다. 까치 때문에 피해가 많다.

 

까치는 울릉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 지역에 살고 있는 흔한 텃새이다. 울릉도에는 1991년에 34마리를 방사했으나 1997년 이후 멸종했다. 제주도에는 1963년에 8마리를 방사했지만 1970년대 흔적이 없어 1989년에 53마리를 방사하여 현재는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감귤을 쪼아 먹고 비닐하우스를 찢어 과수 농가에 피해를 주는 유해 조수가 됐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동요가 있는데, ‘까치 설날은 원래 없다. 까치는 예로부터 우리 민요와 민화에 등장하는 우리 겨레와 친근한 새다. 까치는 1964년에 나라새공개 응모에서 국조로 뽑혔다. 그러나 까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새에서 지금은 유해 조수가 돼버렸다.

 

모든 동식물은 저마다 존재 가치가 있으며 제각기 특성이 다르다. 같은 종의 새라도 지역에 따라 모양이 다르고 새들도 대화를 하며 사투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연에 사는 동식물을 자기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유해 조수, 해충, 잡초 등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유해 조수가 된 까치가 아침에 아파트에서 시끄럽게 우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