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를 바꾼 전염병>
인류 종말에 대한 예언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돼왔다. 그러나 최근에 미국 과학자 중에는 100년 안에 기후변화, 핵 방사능, 전염병 등으로 여섯 번째 멸종이 오면 인류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지구는 46억 년 전에 생성되어 35억 년쯤 박테리아와 같은 원시 생명체가 탄생하여 진화해왔다. 그런데 다섯 차례의 멸종 위기로 동식물의 99%가 사라지고 새로운 종이 나타나면서 500만 년 전에 원시인류가 등장했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큰 위협은 전쟁, 굶주림, 전염병이었다. 전쟁이나 굶주림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지만 전염병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전염병은 한번 창궐하면 인명 피해가 막대하여 국가가 멸망하거나 사회가 해체되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천연두를 비롯하여 페스트, 한센병, 매독, 콜레라, 황열병, 말라리아는 인류역사를 바꾼 전염병들이다.
전염병의 원조인 천연두는 기원 전 12세기경 이집트에서 발병하여 인도,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지면서 3천 년 동안 3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1519년 멕시코를 침략한 스페인 군대는 원주민들에게 천연두를 퍼뜨려 잉카제국을 정복했다. 14세기 유럽에서는 페스트(흑사병)가 만연하여 인구의 ⅓인 2,500만 명이 죽었으며, 중세 종교와 봉건제도가 무너졌다.
최근 100년 동안 100만 명 이상 사망자를 낸 전염병은 에이즈, 스페인 독감, 아시아 독감, 홍콩 독감, 에볼라, 콩고 홍열, 서아프리카 뇌수막염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원숭이로부터 감염된 에이즈는 50년 동안 3,9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에는 지구환경 변화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으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
2002년에 중국 광둥지방에서 발병한 ‘사스’는 전세계 8,273명이 감염되어 774명이 사망했으며, 국내에서 3명이 감염되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2009년 멕시코에서 발병한 ‘신종플루’는 214개 국에서 수백만 명이 감염되었으며, 국내에서는 76만3,759명이 감염되어 270명이 사망했다. 2015년 중동지역에서 발병한 ‘메르스’는 전세계 1,367명이 감염되고, 국내에는 186명이 감염되어 38명이 사망했다. 2019년 12월에 중국대륙의 교통 중심지인 1,100만이 사는 우한시에서 폐렴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여 수만 명이 감염되고 수백 명이 사망하여 14억 중국인뿐만 아니라 78억 지구촌이 공포에 떨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중간 숙주가 있는데, ‘사스’는 사향고양이가, ‘메르스’는 낙타가 원인이었지만 이들에게 박쥐가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한 폐렴의 발병지인 화난시장에서는 박쥐를 비롯하여 뱀, 쥐, 사향고양이, 전갈, 해마, 악어, 코알라, 곰 발바닥, 모기 눈깔, 살아있는 원숭이 골 등을 날로 먹거나 튀겨 먹는다. 박쥐의 몸에는 150여 종의 바이러스가 기생하고 있어 사람이 날로 먹거나 상처를 통해서 신종 바이러스가 감염된다.
세계적으로 1천여 종이나 되는 박쥐는 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이다. 박쥐가 날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포유류보다 체온이 2~3도 높아 면역체계가 강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그래서 박쥐와 몸집이 비슷한 쥐는 2년 살지만 박쥐는 20년이나 오래 살면서 각종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그러나 박쥐는 해충이나 과일을 먹고 살며,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고 초음파를 이용하여 모기를 하루에 3,000마리나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다. 그래서 동식물 전문가들은 사라져서는 안 되는 동물로 영장류, 박쥐, 벌, 균류, 플랑크톤을 꼽고 있다.
박쥐와 같이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동물을 날로 먹는 중국은 신종 전염병의 발생지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을 중국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G2 국가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위기를 초래하여 중국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다. 게다가 오직 한 종(種)뿐인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치명적인 전염병에 감염되어 전 세계로 퍼진다면 인류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
<신문 칼럼>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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