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2026년 11월 5일(목) 연재 기억의 숲에서 망각의 늪으로 김 한 호문학박사·수필가·문학평론가 깜빡 또 잊었다. 조금 전에 무슨 일을 하려다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 그 일을 하다 보니, 처음 하려던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과는 달리 사람의 이름이나 사물의 이름이 퍼뜩 떠오르지 않아 가끔 헤맬 때가 있다. 분명 치매는 아닌데도, 비로소 나도 늙어간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젊은 시절의 나는 기억력이 뛰어났다. 남들이 잊어버린 수십 년 전의 일들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내가 읽었던 책과 내가 썼던 글을 세세히 기억해 내곤 했으니, 그 시절 내 삶은 지성의 표상이었다. 숲속의 나무와 풀, 새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던 내 삶은 그야말로 기억의 숲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늙어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