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 김한호 에세이 19

녹슨 불발탄

녹슨 불발탄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불타는 도시, 미사일과 드론의 폭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건물의 잔해 속에서 피를 흘리며 울부짖는 사람들. 이 영상은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이란에서, TV 화면에 나타나는 전쟁의 참혹한 모습들이다. 전쟁은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재앙이다. 미국 역사학자 윌 듀란트에 의하면 인류 역사 3500년 동안 전쟁이 없던 해는 270년에 불과했다고 한다. 더구나 현대전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으로 고도로 발달된 무기 체계여서 전쟁이 일어나면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재산과 국토가 파괴된다. 전쟁은 인간의 생명과 재산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착한 심성과 행복한 삶 등 모든 것들을 앗아간다. 인류 최악의 재난은 전쟁과 전염병과 굶주림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

접시꽃과 아이들

접시꽃과 아이들 김 한 호 아파트 화단에 접시꽃이 아이들처럼 활짝 웃고 있다. 아침이면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이 노란 버스를 기다리며 화단에 피어 있는 접시꽃을 쳐다보며 좋아라 한다. 저출산 시대에 차를 기다리며 모여 있는 아이들이 마치 접시꽃 줄기에 매달린 꽃봉오리처럼 예쁘다. 접시꽃은 여름철 내내 꽃대를 따라 올라가며 빨강, 분홍, 하양 등 화려한 색깔로 접시처럼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흡사 자식 많은 흥부집 아이들처럼 다닥다닥 붙어 피는 꽃은 자녀를 많이 낳아 기르던 우리 겨레의 정서와 잘 어울리는 꽃이다. 접시꽃은 ‘Holy hock’로 holy는 신성한이란 뜻이며, 꽃말은 ‘사랑의 고백’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 꽃을 바치며 청혼을 하는 성스러운 꽃이다. 그런데 요즘은 처녀, 총각들이 ..

노래하는 개똥벌레

노래하는 개똥벌레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개똥벌레는 반딧불이이다. 같은 벌레인데도 부르는 이름에 따라 이미지가 다르다. 개똥벌레는 개똥에서 비천하게 산다고 개똥벌레라고 부른다. 하지만 개똥벌레는 공해가 없는 하천이나 습지, 숲속에 서식하며 최근에는 환경오염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반딧불이는 어두운 세상에 불을 밝히려는 듯이 밤하늘에 등불을 켜고 소리 없이 날아다닌다.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것은 꽁무니에 발광기가 있어 짝짓기를 하기 위해 생체 발광으로 열이 없는 빛을 내기 때문이다. 반딧불의 빛으로 공부를 하여 형설의 공(螢雪之功)을 이뤘다는 고사가 있다. 반딧불이는 전 세계에 2000여 종이 있다. 예전에 해외여행 때 뉴질랜드 와이토모 동굴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본 반딧불이는 환..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런데 5월은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과 석가탄신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등 기억해야 할 날들이 많은 달이다. 그중에서도 어버이 날은 부모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어버이 날 노래는 1938년 양주동 시에 이흥렬이 작곡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다. 이 노래는 1956년 ‘어머니의 날’이 제정된 이후 1973년 ‘어버이 날’로 바뀐 지금까지 어버이 날 행사 때 부르는 가곡이다. 이흥렬은 일본 유학을 뒷바라지 해준 홀어머니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작곡했다. 이흥렬은 일제강점기 때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아름답다. 우리 인간도 모든 동식물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아름답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지혜로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물욕의 대상으로 여겨 무분별하게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어 수많은 동식물이 죽어가며 인간도 공해와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복원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드시 재앙이 뒤따른다. 최근 100여 년 동안 인간이 저지른 과오 때문에 지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현재 지구에는 약 125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그..

거울이 전하는 말

거울이 전하는 말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청동기시대의 청동거울은 수천 년 동안 고분에 파묻혀 있다가 파랗게 녹이 낀 채 발굴되었다.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 청동거울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꿈꾸던 세상을 거울 뒷면에 새겨 넣었다. 나는 청동거울을 보면서 거울이 전하는 말을 볼 수 있었다. 지난 달 국립나주박물관에서 ‘빛, 고대 거울의 속삭임’이라는 청동거울 기획특별전을 보고 왔다. 청동기시대 동경(銅鏡)을 여러 박물관에서 대여받아 전시한 다양한 거울들은 대단한 볼거리였다. 청동거울을 보면서 고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상상하며 문명화된 현대인을 톺아보았다. 인류 최초의 거울은 맑고 잔잔한 물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는 물속에 비친 아름다운 자기 얼굴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 죽었다. 이처럼 ..

홍매화 심은 뜻은

전남매일신문 2025.2.27.(목)  홍매화 심은 뜻은 김 한 호 꽃샘바람이 불면 봄꽃들이 온 산야에 들불처럼 피어난다. 겨울에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그중에서도 매화는 눈 속에 꽃을 피운다고 하여 사군자의 하나로 화격(花格)이 1품인 꽃이다. 매화는 뭇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가 있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구례 화엄사의 들매화와 흑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가 있다.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대명매(大明梅)에서 ‘전남대 홍매’로 이름을 바꾼 전남대 교정에는 수형이 아름다운 홍매화가 있다. 홍매화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고경명의 손자 고부천 선생이 1621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희종 황제가 준 분재를 ..

해녀들의 숨비소리

「전남매일신문」 2025년 1월 23일(목)  해녀들의 숨비소리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제주 올레길을 걷고 싶고,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듣고 싶어 제주도를 찾아갔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잠수한 후, 물 위로 올라와 참았던 숨을 내쉬는 소리로 마치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들린다. 해녀들은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제주 바다에서 돌변하는 날씨와 거친 풍랑 속에서 힘겹게 물질을 한다. 더욱이 바다 속에는 청상아리나 전기가오리, 독가시를 가진 물고기들이 있어 위험하다. 하여 바다의 물결소리와 어우러져 들려오는 숨비소리는 해녀들의 애처러운 숨결소리 같다.  그런데 바람 부는 추운 겨울바다에 자맥질하는 해녀들은 보이지 않고 ‘불턱’만 을씨년스럽게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불턱..

세금이 무서워

「전남매일신문」 2024년 12월 26일(목)  세금이 무서워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또 세금 고지서가 날라 왔다. 1년 동안 내가 내는 세금이 몇 종류이며 얼마를 내며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고 세금을 내고 있다. 퇴직 전에는 공무원은 유리 봉투라서 월급을 받은 만큼 세금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수입도 변변찮은데 무슨 세금이 그리 많고 세제가 복잡한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세금은 25가지로 조세 부담률은 24%이다. 그런데 국가 채무가 역대 최고치인 1145조 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의 50% 수준으로 재정 위기이다. 그런데도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5744억 원을 낭비하고, 새만금 잼보리대회에 1171억 원을 사용했다. 이렇게 잘못 사용한 예산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현재 국가 ..

마음의 뜨락

「전남매일신문」 2024년 11월 28일(목)  마음의 뜨락 김 한 호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뜨락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다. 그동안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여유를 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년퇴직을 한 후에는 경치 좋고 공기 맑은 전원에서 한가로이 꽃을 가꾸고 글을 쓰며 신선처럼 살고 싶었다. 그런데 아파트에는 뜨락이 없다. 아파트에는 베란다가 있지만 뜨락은 아니다. 뜨락은 집안에 있는 빈터로 마당이나 잔디가 있는 뜰을 말한다. 아파트에 뜨락이 없듯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에 여유가 없이 바쁘게 사는 것만 같다. 뜨락은 산수화의 여백과 같은 것이다. 산수화의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라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여유로움이다. 그래서 산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