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회 변화와 한국문학의 전망
김 한 호
최근 100년 동안 과학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후온난화와 자연환경이 오염되면서 각종 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시 폐렴을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여 전 세계로 퍼져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강력한 독성을 가진 질병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염되면서 코로나 이전 시대와 코로나 이후 시대로 구분될 만큼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사회와 문학을 중심으로 전염병의 역사와 코로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코로나 이후 시대의 한국문학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1. 전염병의 역사와 코로나
원시 인류가 진화하여 5만 년 전에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현했다. 인류가 1만 년 전에 농업을 하게 되면서 정착생활을 하며 동물을 가축화한 뒤 동물에 서식하던 병균들이 돌연변이가 일어나 인간에게 전염되었다. 이러한 질병으로 소에서 천연두, 홍역, 결핵이 발생하고, 돼지에서 백일해, 인플루엔자 등이 발생했다.
전염병의 원조인 천연두는 기원 전 12세기경 이집트에서 발병하여 인도,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지면서 3천 년 동안 3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14세기 유럽에서는 페스트(흑사병)가 만연하여 인구의 ⅓인 2500만 명이 죽었으며, 중세 종교와 봉건제도가 무너졌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위협은 전쟁, 굶주림, 전염병이었다. 전쟁이나 굶주림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지만 전염병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전염병은 한번 창궐하면 인명 피해가 막대하여 국가가 멸망하거나 사회가 해체되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천연두를 비롯하여 페스트, 한센병, 매독, 콜레라, 황열병, 말라리아는 인류 역사를 바꾼 전염병들이다.
최근 100년 동안 100만 명 이상 사망자를 낸 전염병은 에이즈, 스페인 독감, 아시아 독감, 홍콩 독감, 에볼라, 콩고 홍열, 서아프리카 뇌수막염 등이 있다. 그중에서 원숭이로부터 감염된 에이즈는 50년 동안 39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으로 2002년 중국에서 ‘사스’, 2009년 멕시코에서 ‘신종 플루’, 2015년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 그리고 2019년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경제ㆍ사회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전염병 최고 위험 등급)의 원인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있다. 지구의 적정인구는 10억 명이다. 그런데 20세기 초 16억 명이던 세계인구가 2050년에는 지구 한계인구인 100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간은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고, 기후 변화 등 지구환경을 극도로 악화시키면서,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동물을 날로 먹어 박쥐, 낙타, 사향고양이 등으로부터 바이러스가 감염되었다. 전염병의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인류를 가장 많이 죽인 것은 전쟁보다도 병균이었다.
2. 뉴 노멀 시대의 언택트 문화
‘코로나 19’의 발병은 하찮은 미물인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간의 전쟁이나 분쟁도 줄어들고, 도쿄올림픽도 1년 연기했다. 또한 코로나 19는 재난관리 능력이나 의료보험 체계에 따라 전염병의 확산이 심각한 국가도 있다. 이와 같이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지면서 코로나 이전 시대와 코로나 이후 시대로 구분되면서 ‘코로나 이후 세계’를 ‘포스트 코로나’라고 한다.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뉴 노멀(new normal)’과 ‘언택트(un-contact)’라는 조어가 등장했다. 뉴 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을 일컫는다. 언택트는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 따위를 받는 일”을 말한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팬데믹과 함께 전 세계가 감염병 공황으로 ‘자가격리’,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의 새로운 사회ㆍ문화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언택트는 비대면(非對面)으로 코로나 시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러한 예로는 온라인 강의나 예배, 온라인 배달로 물품을 구입하는 등 오프라인에서 하던 기존의 일들을 온라인을 통해서 하고 있다. 언택트는 디지털시대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모바일 뱅킹이나 SNS를 통해 비대면으로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생활화되면서 직장에서 하던 일을 재택근무로 하게 되고, 디지털 경제, 핀테크, 무인 점포, 배달 사업 등이 번창하고 있다. 반면에 단체나 집단 행사가 열리지 못하고, 외국 여행, 관광, 스포츠, 공연, 전시 등이 통제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되지만 침 방울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음식점, 커피숍, 술집, 노래방, 유흥업소 등이 쇠퇴하면서 음식문화도 바뀌고 있다.
뉴 노멀 시대에는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위생 관념이 좋아지고, 과묵해졌다. 또한 바이러스는 지위 고하, 빈부 격차를 가리지 않고 침범하기 때문에 생명은 공평하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들이 활동을 줄이니 중국의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베네치아 운하의 물이 맑아졌으며, 야생 동물들이 한적한 도시로 들어왔다.
특히 뉴 노멀 시대에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으로 4차 산업혁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증기기관과 철도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1760~1840)을 가져왔으며, 전기와 생산라인 등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한 2차 산업혁명(19세기 말~20세기 초)과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기술시대인 3차 산업혁명(1960~1990년대)을 이루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은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인간과 사물이 상호 연결되고, 빅데이트와 인공지능 등으로 보다 지능화된 사회로 변모할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정보 통신, 쇼핑, 전자 상거래, 오락(게임), 연애(채팅) 등 사이버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더욱 활발하게 이용할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에는 책이나 신문이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어 아무 데서나 전자 독서를 할 수가 있다.
3. 코로나 이후 한국문학의 전망
지금까지 인류는 구술문화시대를 거쳐 문자문화시대를 지나왔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전자문화시대가 열리면서 전자책이 나왔다. 더구나 21세기에는 인공지능의 개발로 인공로봇이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전자책이 나오기 이전에 문자문화시대에는 종이책을 통하여 지식과 정보를 습득했다. 그러나 전자문화시대에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다양한 전자 매체를 이용하여 인터넷으로 지식이나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스마트폰은 실시간 정보를 제공받고, 공유하고, 저장하며, 재현하는 모든 미디어 기능을 할 수 있어 책이나 신문이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은 문자와 함께 사진이나 영상, 음향을 이용하여 현실감 있는 자료를 SNS로 소통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SNS 시인시대전’을 개최하여 SNS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며, ‘디카 시’에 그림, 만화(웹툰), 사진,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는 퓨전 문학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문학은 독자들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동시에 접속하여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종이책 시대의 작가 일방적인 소통에서, 쌍방이 주고받는 쌍방향 문학으로 바뀌면서 작가에게 댓글로 작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또한 인터넷문학에서는 사이버 등단, 백일장, 문학상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온 글쓰기 영역까지 인공지능 로봇이 침범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문학적인 글쓰기에 앞서 다양한 실용적인 글쓰기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때 SBS가 로봇기자 ‘나리’를 선보였다. 최근 연합뉴스가 ‘사커봇’이라는 로봇기자가 영국 프로축구 기사를 경기가 끝난 후 1~2초 만에 송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수준 높은 책이나 논문도 잘 번역한다. 인공로봇이 쓴 소설이 2016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단편소설 공모전 1차 예심을 통과했다. 앞으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장르에 따라 효용 가치가 높은 문학은 인공로봇이 생산해 낼 것이다.
시 창작은 소설이나 시나리오 창작에 앞서 시도되었지만 시인의 감성과 고도의 언어 감각을 인공로봇이 흉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허구인 소설이나 시나리오는 영화나 연속극의 대본으로 상영될 경우 인공로봇이 만든 작품을 수준 높은 작가가 재창조해 낼 것이다. 특히 수필은 사실적 체험을 형상화한 문학이기 때문에 인공로봇이 창작할 수 없다. 평론은 객관적인 비평보다는 작가의 주관적인 비평의식이 드러나는 글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다룰 장르가 아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아날로그시대의 종이책 글쓰기로 문학 작품이 출판되겠지만 차츰 인터넷문학과 전자책, 인공로봇의 글쓰기로 이전의 문학 활동과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매체와 미디어가 변하면 우리의 삶과 예술도 변하기 마련이다. 디지털시대에는 종이책 문학에서 전자책 문학으로 전환뿐만 아니라 말과 글로 된 언어문학이 각종 매체 및 미디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문학 형태의 장르가 탄생할 것이다. 문학이 음악, 미술, 사진, 연극, 미디어 아트 등 여러 예술 장르와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종이책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이 문학에는 관심이 적고, K팝과 방탄소년단, 기생충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다 대부분의 문학인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종이책 시대에 해오던 그대로 작품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한국문학은 서서히 쇠퇴할 것이다.
문학은 사회적 산물로써 그 시대를 반영하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문학이 등장하고 기존의 문학이 도태되기도 한다. 따라서 문학인들은 코로나 이후 시대의 사회 변화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독자들이 호응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적 변혁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한국 문학이 세계적인 문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될 것이다.
<약력>
ㆍ『한국수필』(1994) 수필, 『문학춘추』(2001) 평론 등단
ㆍ 문학박사, 전 고등학교 교장(홍조 근정훈장)
ㆍ『비 오는 날의 행복』(2019) 외 8권
ㆍ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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