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및 평론

타임캡슐에 묻힌 꿈

김 한 호 2019. 6. 7. 11:09

타임캡슐에 묻힌 꿈

김 한 호

 

꿈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욱이 학창시절에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더구나 학교생활을 통해 자신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517일 전남교육연수원과 경남학생교육원에서는 ‘2019 타임캡슐 개봉식이 있었다. 이 행사는 전남과 경남에서 동시에 하는 행사로 전남 교육감과 경남 교육국장을 비롯하여 내외빈 및 그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전남 46, 경남 1명과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는 20년 전인 1999526일에 영호남이 화합하여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기 위한 교육활동으로 전남 559교와 경남 513교 초등학교 학생회장 172명이 꿈과 우정의 약속카드를 손수 작성하여 타임캡슐에 묻어두었던 것이다.

그 당시 전남교육연수원에 근무했던 나는, 그 날 꿈 너머 꿈이란 축사를 했다. 지금은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했지만 그 당시 교육연구사였던 20년 전과 오늘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20년 전에 이 행사에 참가했던 어린이들 또한 이제는 30대 청년으로 그동안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아직도 꿈을 실현하지 못했거나, 중도에 바뀌거나, 포기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남 초등학교 6학년생 559명의 꿈을 분석해보니, 교사 59, 과학자 56, 법조인 55, 축구선수 45, 의사 40, 연예인 33, 컴퓨터 프로그래머 29, 교수 27, 의상 디자이너 23, 경찰 19, 대통령 9, 기타 164명이었다. 초등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진로 상담 없이 부모의 권유나 자신의 막연한 꿈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행사에 참석한 47명이 각자 자신의 꿈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 20년 전의 꿈이 실현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어린 나이여서 부모의 권유나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던 것이다. 대부분이 청운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타임캡슐에 묻혀버리고 만 셈이다.

이들이 태어난 1987년은 전두환 군사독재에 항거하여 ‘6월 민주항쟁이 있었으며, 이듬해에는 ‘88서울올림픽이 열렸다. 그리고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99년에는 ‘21세기 밀레니엄을 향한 열망으로 들떠 있었다. 그래서 20년 후에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20년 후인 2019년에는 헬조선에 사는 N포 세대가 돼버렸다. 이들은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에서, 내 집 마련ㆍ인간관계도 포기한 ‘5’, 그리고 꿈ㆍ희망마저도 포기한 ‘N포 세대들로 흙수저 탓만 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은 대학진학률이 75%가 넘는 데, 대졸생의 취업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공시생들이 넘쳐나고, 취업을 하지 못한 니트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더럽고, 위험하며, 어려운 3D 업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하는 일로 생각하고 취업을 꺼리면서 편하고 돈 많이 주는 일자리만 찾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진로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진로지도를 잘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적성과 능력보다는 교사나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고, 요즘은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되고 싶어 하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미래는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지의 세상을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진로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꿈을 이뤄 성공한 사람들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사회에 봉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꿈 너머 꿈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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