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살면서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COVID19’가 발병한 지 1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소멸되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려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6500만 명이며, 사망자가 150만 명이나 된다. 나도 코로나가 무서워 몇 달 동안이나 머리도 안 깎고, 모임에도 안 나간 채 집콕만 하고 있는 거안 도사(居安 道士)가 되어버렸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위협은 전쟁, 굶주림, 전염병이었다. 전쟁이나 굶주림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지만 전염병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전염병은 한번 창궐하면 인명 피해가 막대하여 국가가 멸망하거나 사회가 해체되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지만, 반면에 문명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염병의 원조인 천연두는 기원 전 12세기경 이집트에서 발병하여 인도,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지면서 3천 년 동안 3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1515년 멕시코를 침략한 스페인 군대는 원주민들에게 천연두를 퍼뜨려 잉카제국을 정복했다. 14세기 유럽에서는 페스트(흑사병)가 만연하여 인구의 ⅓인 2500만 명이 죽었다. 그 당시 의사보다도 더 신임을 받던 사제들이 많이 죽어 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신 지배의 중세 교회와 봉건제도가 무너져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가 태동했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었다. 류성룡의 『징비록』에는 “전쟁과 굶주림으로 부모 자식과 부부가 서로 잡아먹을 지경에 이르러 죽은 사람의 뼈가 잡초처럼 드러나 있었다”고 임진왜란의 참상을 기록했다. 『인조실록』에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에 천연두가 발병하여 철수하면서 ”백성을 어육으로 만들고, 수만 명을 잡아가서 노예로 팔았다“고 했다.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전쟁과 전염병은 인류 역사를 바꿔놓았다. 14세기 유럽이 흑사병으로 문명의 전환을 가져왔듯이, 코로나19는 급변하는 시대에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세계’를 ‘포스트 코로나’라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일상인 뉴 노멀(new normal)’과 ‘온라인의 언택트(un-contact)’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ㆍ문화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인류는 수천 년 동안 21개의 문명이 발생하여 성장, 발전, 쇠퇴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문명과 연결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100년 간 획기적인 과학문명의 발전으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루어낸 업적보다도 더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그 결과 자연환경의 오염, 지구 온난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더구나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세계인구의 55%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한국은 전 국토의 17%인 도시에 92%가 살고 있다. 도시화는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전염병이 발생하는 등 78억 명의 지구촌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당면한 위험 요소로 핵 전쟁과 생화학전,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및 새로운 전염병,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나 슈퍼 화산 폭발,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과 지구 공학 등을 들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 대응 실패, 기상이변, 생물 다양성 감소, 식량 위기, 물 부족 등 지구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시대의 가속화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첨단로봇, 무인자동차, 차세대 유전자 지도, 3D프린터, 자원탐사 신기술, 신재생 에너지, 나노기술 등의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은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가 소멸하고, 현재 일자리의 80%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중에는 부동산 중개업자, 교사, 인쇄업, 교도관. 트럭 운전사 등이 우선적으로 없어질 직업이라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예전과는 달리 또 다른 세상이 전개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봄에는 코로나 백신이 접종된다고 하니 희망을 갖고 살자. 비록 대한민국이 스위스, 캐나다, 일본, 독일, 호주만큼은 아닐지라도 세계에서 20위로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한다. 그러니 코로나로 심란한 세상 너무 걱정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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