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및 평론

인생이 가는 길

김 한 호 2021. 1. 13. 20:14

인생이 가는 길

 

김 한 호

 

 

인생(생명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낯선 길을 간다. 그 길은 처음 가는 길로 한 번밖에 갈 수 없으며,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그 길을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좋은 길동무를 만나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바른 길을 가기 위해 훌륭한 선인들이 갔던 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산대사(1520~1604)는 후세 사람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선시(禪詩)를 남겼다.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不須胡亂行 발걸음을 어지럽히며 가지 말라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가는 이 발자취는

遂作後人程 반드시 뒷사람들의 길이 되리니

 

인생이 살아가는 길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천차만별하다. 그래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사람의 생활)인가?’라는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에서 현재까지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후세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을 본받거나 자기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생 여정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인연이다. 부모형제와 만남뿐만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 직장연, 종교연 등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만나 어떠한 인생을 사느냐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한 삶이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 배우자와 친구는 자기가 선택한 만남이지만 인생에서 누구보다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상을 사노라면 수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중에는 디딤돌이나 징검다리가 되는 사람이 있고, 걸림돌이나 누름돌 같은 사람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징검다리와 같이 은혜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림돌처럼 인생을 가로막고 괴롭힘을 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지나간 과거의 아픈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삶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하지만 결국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이란 혼자서는 갈 수 없는 험난한 길이기에 길동무와 함께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즐거운 마음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갖고 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사람의 목숨) 결코 헛된 일장춘몽이 아니다. 인생이 가는 길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갈지라도 가치 있고 보람된 삶을 살아야 한다. 가치 있는 삶이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선행을 베푸는 일이다. 선행을 베푼다는 것은 남을 위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베풀며 도와주는 일이다.

 

인생(생명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면 그 인생(사람의 생활)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 기억은 생전에 그 사람이 선행을 베풀었는가, 아니면 악행을 저질렀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간성이 평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豹死留皮 人死留名)”는 말처럼, 선행은 사람들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는 일이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데,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이승을 떠나야 한다. 아무리 많이 가진 사람일지라도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가진 것을 잠시 가지고 있다가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한다. 우리들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울면서 태어났다. 그러나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웃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인생(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은 선행을 베풀면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인생(人生) : 생명을 가진 사람, 사람의 생활, 사람의 목숨,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