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와 12지간
김 한 호
2024년 양력 1월 1일 새해가 되자 신문과 방송에서는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양력 1월 1일은 계묘년이다. 갑진년은 음력 1월 1일인 2024년 2월 10일이다. 12지간도 모르는 사람들이 청룡의 해라고 떠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2024년이 청룡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으로 조선시대 말까지 음력을 사용했으며, 음력 1월 1일을 새해라 하고 설날이라 불렀다. 그러다 1895년(을미년)에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을 사용하기 시작하여 그해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정했다. 그러나 바다의 물때를 세는 어민이나 사주를 보는 역술가와 일부 사람들이 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음력으로 보는 60갑자(甲子)는 12지간(支干)으로 되어 있다. 12지(支)는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범, 호랑(虎狼)이는 한자로 범과 이리를 말한다),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이다.
10간(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이다. 10간을 오방색(五方色)으로 구분하여 갑ㆍ을은 청색, 병ㆍ정은 홍색, 무ㆍ기는 황색, 경ㆍ신은 백색, 임ㆍ계는 흑색이다. 그래서 2024년 갑진년은 갑이 청색이고 진은 용띠이므로 청룡(靑龍)의 해라고 한 것이다.
동양에서 용은 열두 동물 중 유일하게 현실에 없는 상상의 동물로 하늘을 날 수 있다. 서양에서 용은 드래곤(dragon)으로 도마뱀의 형상에 박쥐와 같은 날개를 가진 괴물이다. 용은 배달말로 ‘미르’이며, 이무기는 ‘미리’로 은하수를 ‘미리내(龍川)’라고 한다. 용은 농경사회에서 비를 내리는 신령스러운 동물이며 숭배의 대상이었다. 또한 용은 임금을 상징하며 용의 그림에 중국의 황제는 발톱이 다섯 개이며, 조선의 왕은 발톱이 네 개이고, 그 외는 세 개를 그렸다.
용은 악어에서 기원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형태가 변형되거나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황허강 유역에서는 악어의 모습으로, 내몽골 초원지대에서는 말과 비슷하고, 고구려 유적에서는 날개 달린 도마뱀을 닮았다. 후한(後漢) 말 왕부는 ‘구사설(九似說)’에서 용의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코는 돼지, 귀는 소, 몸통은 뱀, 배는 조개,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와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 설화에는 뱀이 500년을 살면 비늘이 돋으면서 이무기가 되고, 다시 500년 동안 도를 닦으면 여의주를 얻어 날개가 돋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용은 상상의 동물이며 설화일 뿐이다.
우리는 선조들의 삶을 통해 좋은 전통은 지키고 잘못된 인습은 버려야 한다. 우리는 과학문명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수천 년 전 공자(BC 551~BC 479) 시대의 중국 풍속을 답습하고 있다.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에는 부싯돌과 나무 바퀴를 사용하던 시대이다. 이러한 미개한 문명 시대의 12지간을 해마다 새해가 되면 올해는 ‘무슨 띠의 해’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다.
21세기는 한류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선진 대한민국이 아직도 사대주의에 얽매여 시대에 맞지 않는 중화민족의 풍속을 따라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민족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고, 21세기 문명에 걸맞는 새로운 전통문화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ㆍ문학박사, 수필가, 문학평론가, 전 육군 대위(ROTC 14기), 전 고등학교 교장
ㆍ저서 : 한국현대수필작가 대표작선집 『하늘 메아리』외 10권, 『21세기 한국교육 희망을 말하다』(공저), 2021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최우수도서
ㆍ한민족문화예술대전 대상(서울특별시장상),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광주문학상, 올해의 작품상(광주문협), 국제PEN광주문학상, 아시아서석문학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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