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 김한호 에세이

김을 먹으며

김 한 호 2024. 7. 19. 10:46

김을 먹으며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겨울바다에 부는 바람은 속살을 파고든다. 섬사람들은 목선을 타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 시린 손을 담구고 김발에서 김을 뜯고 있었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김을 채취하는 섬사람들은 바닷물보다도 더 짜디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여름에 겨울에 생산한 김을 먹을 때면 예전에 섬사람들이 김을 채취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김이 풍년이면 동네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섬사람들에게 해조류는 소중한 생계 수단이었다. 해조류는 미역, 다시마, 파래, , 매생이, 고시라기, 모자반, 우뭇가사리, 청각 등이 있으며, 김은 연간 7500만 속이나 생산되는 바다의 보배이다. 지금도 김은 진도, 고흥, 완도, 해남 등지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김은 해의, 해태, 감태, 자채, 감곽 등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김을 양식하기 시작한 것은 광양 태인도에 이주해 살던 김여익(1606~1660)에 의해서였다. 김여익은 섬진강 하구 배알도에 해조류가 밤나무 가지에 붙어 자라는 것을 보고 채취하여 시식한 후 광양만 개펄에 섶을 꽂아 김을 양식했다. 일본보다 30~60년 앞서 김 양식을 했던 것이다. 김을 왕에게 진상하니 인조가 김여익의 성을 본 따 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김은 바위에 착생한 돌김과 포자를 양식한 양식 김이 있다. 김을 양식하기 위해서는 포자를 채묘하여 발에 성장시킨다. ‘지주식은 대나무나 참나무 가지를 간석지에 세워 생산하는 섶꽂이 양식이다. 발을 물에 담궈 키우는 부유식은 대나무 발이나 합성섬유 그물 발을 엮은 떼발, 뜬발이 있다.

 

우리가 주로 먹는 김은 물김을 말린 재래김’, 파래가 섞인 파래김’, 생 김이 곱창처럼 구불구불한 곱창김이 있다. 김을 즐겨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최근에 해외에서 한국식 김밥열풍이 불면서 김을 124개국으로 수출하여 김값이 금값이 되었다.

 

김은 세계인이 즐겨 먹는 건강식품이다. 김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5()가 나며,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한 식이식품이다. 알카리성 식품으로 항암 효과와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하여 재래김, 파래김, 돌김, 물김을 구운김’, ‘김밥’, ‘조리김등으로 요리하여 먹는다.

 

그러나 우리가 맛있게 먹는 김도 머지않아 기후 변화와 바다 오염으로 식재료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상 기후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고 염도가 낮아져 해조류를 양식할 수 없게 되고,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오염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해조류와 어류, 패류가 먹어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해 5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지정했다. 완도군에서는 바다 식목일을 맞아 신지면 동고리 일대에서 잘피 심기와 바다 정화활동을 했다. 앞으로 우리가 오염된 바다를 정화하지 않으면 해양 생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김 시식지였던 태인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김 양식을 하지 않는다. 태인도, 금호도, 광양만의 개펄을 메워 광양제철소를 건설하고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산업시설이 들어와 경제는 발전했으나 공해와 오염 피해가 심각하다. 김을 양식할 수 없는 내 고향 광양, 예전에 청정해역 광양만에서 채취한 재래김을 5일장에서 사먹던 태인도의 김 맛이 그립다.

 

전남매일신문 2024.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