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은 세상>
우리는 말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온통 말에 대한 시빗거리뿐이다. 정치인들이 한 말에는 존경이나 신뢰는 없고 그 말에 대해 또 다른 말들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다. 정치나 경제뿐만 아니라 세상살이가 마치 말로만 하는 것 같아 참으로 말이 많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수로 쏟아지는 물은 혼탁하다. 말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지 못하고 홍수처럼 함부로 쏟아내서는 안 된다. 물도 가라앉혀야 맑은 물이 되듯이,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가라앉혀야 된다. 그래야만 말에 대한 실수나 후회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말을 잘못하여 지탄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비리를 저질렀으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러한 까닭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말을 해야 하고,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글도 말과 마찬가지이다. 글은 문자화되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어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가짜 뉴스가 떠돌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가짜 정보를 SNS에 퍼뜨리는 사람은 사회악이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이다. 생각이 감정과 행동을 만들므로 생각은 모든 일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말만큼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말이 진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됨이 진실하고 믿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말을 할 때는 ‘세 번 생각하여 한 번 말해야(三思一言)’ 한다. 그리고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게 좋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경청(敬聽)은 존경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겸손이다. 내 말을 앞세우기보다 남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신뢰감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한다. 그 말이 우주 공간에서 다시 메아리가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면, 또는 그동안 지구에서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의 말이 우주 공간에 떠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그 말 속에는 얼마나 진실되고 사랑이 깃든 말이 있을까?
말은 씨가 된다. 자기가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씨앗처럼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린다. 그 말의 씨가 자성예언이 되어 실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남에게 독이 되어 증오가 되기도 한다. 마치 똑같은 물을 마신 꿀벌이나 젖소는 꿀이 되고 젖이 되지만 독사는 독이 되듯이 말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말은 영혼을 흔드는 힘이 있다. 남을 무시하는 말 한 마디가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비난하는 말 한 마디는 싸움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또한 사랑스러운 말 한 마디에 마음을 열기도 하고, 간절히 염원하는 말 한 마디로 소망이 실현되기도 한다.
그만큼 말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신비로운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기가 한 말이 자기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말을 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하고, 같은 말이라도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 더구나 말이 많은 세상일수록 더욱 그렇다.
<신문 칼럼>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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