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김 한 호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덴마크를 몇 년 전에 갔을 때였다. 자전거를 타고 온 한 무리의 학생들이 언덕배기에 옹기종기 모여 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봄 햇살을 즐기기라도 하듯 몇몇 아이들은 웃옷을 벗은 채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들 중에 유난히 얼굴이 검은 녀석이 내게 다가와 서툰 영어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여 낯선 이방인으로서 친밀감을 보이기 위해 한국 동전을 주려고 하자 아이들이 둥그렇게 내 주위에 모여들며 다같이 손을 내밀었다. 한국 학생들 같으면 먼저 가지려고 아우성이었을 텐데, 누구도 먼저 가지려고 다툼을 하지 않은 모습에서 ‘우분트(ubuntu)’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어느 인류학자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나무 옆에 싱싱하고 달콤한 과일이 있으니 1등으로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손을 잡고 달려가 함께 과일을 즐겁게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1등으로 간 사람에게 과일을 모두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갔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합창하듯 “우분트!”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1등을 한 친구가 다 가지면 나머지 친구들은 슬퍼할 건데 나만 기뻐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우분트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이 말은 1등만을 강요하는 한국의 교육현실과 비교되어 씁쓸하기만 했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누가 누가 잘하나’라고 치열한 경쟁만 조장할 뿐 ‘인간다운 삶’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금수저로 태어나 기득권을 차지한 권력자나 부자들은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나눔과 베풂의 미덕은커녕 오히려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 반면에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헬조선’을 부르짖고,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한 국제정세와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게이트는 국가 전반에 걸쳐 내우외환의 불안한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우리 국민들은 분연히 일어나 지난 11월 12일, 100만 군중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타올라 들불처럼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100만 촛불시위는 다른 시위 때와는 달리 중ㆍ고등학생들과 가족들이 함께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빽 있고 돈 많은 인간들만 성공하는 사회가 아닌 열심히 일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꼴찌인 한국 학생들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 있었다.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덴마크는 학교교육을 통해 ‘다같이 행복한 삶’을 사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은 아직도 경쟁이 치열한 입시교육으로 학생들이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데,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은 분노한 학생들이 시위 현장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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