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및 평론

눈먼 돈, 더러운 돈

김 한 호 2017. 3. 11. 14:49

눈먼 돈, 더러운 돈

김한호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려고 한다.

 

최근에 세계문화유산이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 ‘훈민정음 상주본’이 발견되었는데, 돈에 눈이 먼 배 씨가 훈민정음을 벽 속에 숨겨놓았다가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소중한 문화재가 소실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잠이 오지 않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스개 이야기로 의사들이 번 돈 중에는 안과 의사가 번 돈을 ‘눈먼 돈’이라고 한다. 또 이비인후과 의사는 ‘기막힌 돈’, 치과 의사는 ‘이상한 돈’, 정신과 의사는 ‘미친 돈’, 내과 의사는 ‘배 아픈 돈’, 외과 의사는 ‘피 흘린 돈’, 피부과 의사는 ‘더러운 돈’을 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질병을 치료해주고,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구해주는 유익한 일을 하여 번 돈이라 결코 나쁜 돈은 아니다. 이에 비해 공무원이 인사 청탁의 대가로 받은 뇌물이나 정치인이 불법으로 받은 정치자금은 더러운 돈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그 더러운 돈에 연루되어 많은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 장군 등이 구속되는 일이 매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까닭은 우리 사회가 능력보다는 학연, 혈연, 지연, 종교연 등 연줄에 의한 부조리한 청탁과 기업체 회장들의 투명하지 못한 기업경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선거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치인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불법으로 금품을 받기 때문에 정치인들을 가리켜 교도소 담 위를 걸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와 같이, 더러운 돈은 결국에는 탄로가 나게 마련이다. 중국 후한 시대에 양진이 동래태수로 있을 때, 왕밀이 금 열 근을 가지고 와서 밤이라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받으라고 했다. 양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는 데, 왜 아는 사람이 없단 말인가?’라고 하며, 뇌물을 받지 않았다.

 

우리 역사에도 황희, 맹사성 등 청렴한 관리들이 많이 있었다. 그 예로 조선 명종 때 판서를 지낸 박수량의 백비는 청백리의 표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청빈을 미덕으로 알고 살았다. 일사유사(逸士遺事)를 보면, 나이 어린 형제를 키우던 가난한 과부가 우연히 처마 밑에서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있는 가마솥을 발견했다. 이 부인은 노력하지 않고 생긴 재물은 재앙이라고 하여 땅에 묻고 이사를 가버렸다. 그 후 부인은 삯바느질을 하여 두 형제를 훌륭히 키웠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더러운 재물을 탐하지 않았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나물 먹고 물 마시며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리’라고 안분지족하며 살았다. 그러나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요즘 청소년 중에는 ‘만약 10억 원이 생긴다면 감옥에 가도 좋다’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하니, 한국의 미래가 염려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후세들이 정직한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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