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해마다 새해가 되면 한 해를 예언하는 역술인들의 기사가 실리곤 한다. 과학문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수천 년 전의 주역이나 점성술 등의 예언을 믿고 살아서는 안 된다. 점쟁이들은 전문가처럼 정확한 정보 분석에 따른 예측 없이 주술적으로 미래를 예언하기 때문에 맞힐 수가 없다. 다만 토정비결처럼 어느 사건에나 맞을 수 있는 모호한 말로 혹세무민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역술인들의 예언보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예측 기사를 실어야 한다.
그런데 SNS에서 유명한 예언가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언이 떠돌고 있다. 이러한 예언가로는 프랑스의 천문학자이자 의사인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가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인간의 달 착륙, 9.11 테러, 한국의 남북통일, 지구의 멸망 등을 예언했다. 그리고 현재 생존한 예언가로 존 티토는 중국이 여러 나라로 갈라지고, 한국이 통일되어 만주와 일본을 지배하는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외에도 골드만 삭스 회장과 세계 3대 투자가인 짐 로저스 등이 한국의 밝은 미래를 예언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탄허 스님(1911~1983)의 예언이 유명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남북 분단이 종결되고, 세계의 문화 중심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여러 민족 간의 갈등이 격화되어 중국 영토가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되고, 중국이 혼란한 사이에 한국이 만주를 점령하게 된다고 했다. 또한 일본 열도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여 수많은 일본인들이 죽고 한국에 복속된다고 예언했다.
이러한 예언들은 정확한 근거 없이 주술적으로 예언하기 때문에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다만 피그말리온의 자성예언처럼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타고르는 1929년에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고 예찬했다. 암울한 식민지시대인 그 당시에 지금과 같이 5천만 인구와 국민소득 3만 불의 세계 7대 선진국이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역사를 통해서 볼 때,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그 나라의 지도자와 국민들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겠지만 전문가의 지혜로운 예측도 필요하다. 그중의 하나가 백두산 화산 폭발이다. 백두산 화산은 100년 주기로 크고 작은 화산 분화가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큰 지진이 발생하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마그마가 밀고 올라와 대폭발 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두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2744m의 칼데라 호수인 천지가 있는 활화산이다. 백두산은 약 100만 년 전부터 총 31번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 그중에는 916년 화산 분화로 발해가 926년에 멸망했으며 946년에는 대폭발이 있었다. 앞으로 예상되는 백두산 화산폭발지수는 946년 화산 폭발과 같은 7단계로 2000년 전 로마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보다 50배나 강할 것이라고 한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흘러내리고, 천지의 20억 톤의 물이 쏟아져 마그마와 접촉하여 증발하면서 폭우가 내려 산사태와 큰 홍수가 발생한다. 화산 폭발로 태평양 지진판이 이동하여 일본 열도가 가라앉고,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어 태양빛이 차단되어 지구 기온이 2℃ 내려가고, 항공기 운항과 농작물 피해 등 세계적인 재난이 될 것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도 피해가 크겠지만 북한은 핵시설이 초토화되고 막대한 피해로 민심이 이반하여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것이다.
화산 과학자들은 백두산 화산이 언젠가 폭발할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예측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한다.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하여 예지자들의 예언처럼 북한 공산정권이 몰락하고 남북 통일이 될 수 있을까? 중국이 여러 나라로 분할되고, 일본이 지진으로 가라앉는다면 대한민국이 만주와 일본을 지배할 수 있겠는가?
예언가들의 희망적인 예언도 좋지만 백두산 폭발 같은 예기치 않은 재난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예언이나 예측도 지도자와 국민들의 위기대처능력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21년 12월 30일(목) <전남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