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및 평론

징검다리를 건너며

김 한 호 2022. 7. 25. 14:31

징검다리를 건너며

 

김 한 호

 

오늘도 아내와 함께 징검다리를 건넜다. 광주천을 산책할 때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서도 징검다리를 놓아준 고마운 사람들을 잊고 살아왔다. 우리 주위에는 징검다리처럼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는 부모 형제, 훌륭한 은사님, 좋은 친구들, 마음씨 고운 사람들은 징검다리가 되어 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징검다리와 같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시냇물을 건너는 징검다리나 디딤돌 같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징검다리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게 이어주며, 디딤돌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도와준다. 우리의 인생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징검다리나 디딤돌 같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그중에는 징검다리나 디딤돌 같이 은혜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림돌이나 누름돌 같이 괴롭힘을 주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누구를 만나서 어떠한 인생을 사느냐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한 삶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운명적인 사람과의 만남은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의사선생님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났다. 625전쟁 말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밤중에 병약한 임산모가 태기를 느끼자 선친은 목숨을 걸고 의사선생님을 집으로 모셔왔다. 가까스로 태어난 아이는 까무러쳐 울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 아이의 생명은 은혜로운 한 사람의 의사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과의 선행은 징검다리처럼 이어가야 한다. 그동안 나는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기도 했으며, 불우한 사람을 도와주곤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징검다리나 디딤돌 같은 사람이 되도록 서로 봉사하며 헌신하는 삶을 살기 위해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은 시냇물 속에 있는 돌들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시냇물 속에 돌들은 흘러가는 물결과 부딪치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낸다. 시냇물소리가 아름다운 까닭은 물속에 크고, 작고, 둥글고, 모난 돌멩이들이 흐르는 물과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물살이 조절되고 생물들이 살 수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은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곳이다.

 

인생은 혼자서는 갈 수 없는 험난한 길이기에 서로 징검다리가 되어 주고 디딤돌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갖고 서로 돕고 배려하며 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하지만 결국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다.

 

오늘은 물이 불어난 징검다리를 건너며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내는 내 삶에 있어서 징검다리와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징검다리가 고마운 디딤돌인 줄 알면서도 잊고 살듯이 아내에게 그냥 무심하게 지내왔다. 그런데 아내의 고마운 마음을 새삼 느끼면서 징검다리를 건너니, 시냇물소리가 아내에게 잘해 주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약력

한국수필(1994) 수필, 문학춘추(2001) 평론 등단, 문학박사, 육군대위 전역, 전 고등학교 교장, 저서: 한국현대수필작가 대표작선집 하늘 메아리10, 수상: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광주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아시아서석문학 대상, 올해의 작품상(광주문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