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처럼 빛나는 별
김 한 호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어머니! 아버지! 가만히 불러보면 눈물이 난다. 청소년 시절에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부모님은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내 삶에 있어 부모님의 부재는 어두운 세월 저편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동안 부모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문학 작품을 통해 하소연한 바 있지만 나이가 더해 갈수록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만 가는 듯하다.
어릴 때 나는 사람이 죽으면 어느 이름 모를 별을 찾아 영혼이 떠나는 것으로 알았다. 지금도 밤하늘의 별을 보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영혼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는 여름의 끝자락에 별이 잘 보이는 칭기즈칸이 말 타고 달리던 몽골 초원으로 한국수필가협회 작가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떠났다.
여행 일정 중에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별을 보는 날 밤, 우리들은 몽골 텐트인 게르에서 어둠을 기다렸다. 한밤중이 되어 게르에서 나오니 영롱한 빛을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몽골 밤하늘에 다 모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별들은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영혼처럼 빛나고 있었다.
불현듯 별무리 속에서 별똥별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졌다. 어릴 때 어머니는 밤하늘의 별똥별은 이승을 떠나 또 다른 세계로 길 떠나는 사람들의 영혼이라고 했다. 별은 지구에서 살다 목숨이 다한 생명체들의 영혼이 모여 사는 곳일지도 모른다.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불멸하여 우주 공간 수많은 별들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별이 빛나는 밤이면, 내 곁을 떠나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친다. 세상을 떠나버린 부모님! 친척들, 친구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 그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영혼이 우리 곁을 떠나면 어디로 가는 걸까. 사람들은 세속적인 삶을 떠난 죽음 뒤엔 영혼의 부활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 사람들은 죽음을 초월하여 지순한 사랑으로 꽃다운 삶을 살다간 영혼들의 속삭임이 들린다고 한다. 나도 그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다.
몽골 전통음악 마두금 소리처럼 구슬픈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풀밭에 누워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니 슬픈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부모님은 생전에 아홉 아이를 낳아 네 아이를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고 말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얼마나 울며 살았을까?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형과 누이들은 은하수 흐르는 하늘 어딘가에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으리라.
밤하늘의 신비로운 별들을 바라보노라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하늘 한 가운데 강물처럼 흐르는 은하수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별밭이다. 어릴 때 시골 고향에서 보았던 은하수를 다시 보게 되다니,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밤하늘에 수많은 별무리가 모여 있는 은하수를 바라보니, 어린 시절 부모님과 몸 부대끼며 살았던 다정다감한 기억들이 그리워진다.
은하수는 미리내(龍川)이다. 아버지는 내 이름을 ‘은하수’라는 뜻을 지닌 한호(은하수 漢, 은하수 鎬)라고 지어주셨다. 나는 6.25전쟁 중인 용(龍)띠 해에 은하수 흐르는 밤에 태어났다. 태어나서 울지도 않고 까무라쳐 있던 아이를 살려내어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은, 어머니께서 숱한 날들을 정화수 떠놓고 은하수 바라보며 기원하셨던 영험인지도 모른다.
영혼처럼 빛나는 별을 바라볼 때면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비록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어 서러운 날들이 많았지만 삶이 힘들 때마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도와달라고 간절히 빌곤 했다. 그러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이제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의 꿈이 이루어지길 염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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