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김 한 호
유별난 역사는 수천 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사랑 때문에 전쟁을 했던 영웅들의 역사적인 발자취를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트로이 목마와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와 사랑을 나눴던 클레오파트라가 활약했던 이집트, 그리스, 터키를 가려고 했다 그러나 기회를 놓쳐 수십 년이 흐른 지난 3월말 그리스, 튀르키예를 11박 13일의 여정으로 다녀왔다.
트로이 목마는 기원전 1194~1184년에 일어난 전쟁을 400년 후에 호메로스가 서사시 「일리아드」를 써서 알려진 전설이다. 트로이 전쟁이 실제로 있었음이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유적에서 1871년 발굴되어 그 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트로이 전쟁은 스파르타 왕의 메넬라오스 왕비 헬레나를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납치하여 트로이로 데려갔다. 모욕을 참지 못한 메넬라오스 왕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형이자 그리스에서 가장 강한 나라였던 미케네 왕인 아가멤논의 도움을 받아 10년 동안 전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그리스군은 오디세우스의 계략에 따라 트로이 목마에 병사를 숨기고 퇴각했다. 트로이 목마를 성 안으로 끌어들이게 하여 성을 점령하고 불바다를 만들었다. 파리스가 죽은 후 메넬라오스는 헬레나를 스파르타로 데려와 서로 화해하고 잘 살았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이다.
이와 달리 비극으로 끝난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은 불행한 역사이다. 클레오파트라는 기원전 69년에 태어났다. 프롤레마이오스 왕가는 남매이면서 부부인 프롤레마이오스 13세 왕과 그이 누이 클레오파트라가 왕권 다툼을 벌렸다. 카이사르가 로마에서 권력을 장악하자 카이사르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원조를 요청했다.
카이사르는 로마 시민들의 반대에도 알렉산드리아 전쟁을 일으켜 클레오파트라에게 왕위를 회복시켜 주었다. 그 후 두 사람은 1년여 동안 사랑에 빠졌다. 아프리카에서 반란을 진압하고 로마로 돌아온 카이사르는 기원전 44년 양아들 브루투스 일당에게 암살당했다. 카이사르가 죽자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로 돌아와 동생 프롤레마이오스 14세를 죽이고 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카에사리온을 왕으로 추대한 후 막후에서 왕권을 행사했다.
안토니우스는 파르티아 원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클레오파트라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카이사르를 유혹하여 왕권을 잡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안토니우스의 힘을 빌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야심을 품었다. 그녀는 금은보화로 장식한 배 위에서 향연을 베풀고 요염한 자태로 안토니우스를 유혹했다.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진 안토니우스는 파르티아 원정을 미루고 알렉산드리아로 가서 그녀의 품안에서 세월 가는 줄 몰랐다.
안토니우스 아내는 남편을 로마로 돌아오도록 했지만 남편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훗날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는 아내를 잃은 안토니우스를 자신의 과부 누이와 결혼시켜 유대를 굳게 다졌다.
로마를 떠나 안토니우스는 이집트에 있던 클레오파트라를 동반하고 파르티아 원정길에 올랐다. 사랑에 빠진 안토니우스는 전쟁을 제대로 치룰 수가 없어 많은 병력을 잃었다. 게다가 로마의 속주들을 클레오파트라에게 선물했으며, 아내 옥타비아와 이혼하고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했다.
기원전 31년 안토니우스는 옥타비아누스와 악티움 전쟁에서 패배하자 “내가 죽거든 알렉산드리아의 클레오파트라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했다. 안토니우스가 죽고 알렉산드리아가 함락되자 클레오파트라도 독사에게 물려 자살하면서 39살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고대 유적지를 탐방하면서 트로이 목마와 클레오파트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다. 가이드로부터 찬란했던 고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폐허가 된 옛 유적을 둘러보니 인생무상이 느껴졌다. 더구나 사랑과 전쟁으로 얼룩진 영웅들의 일생이 허허롭기 그지없다.
약력
ㆍ문학박사, 수필가, 문학평론가
ㆍ육군 대위 전역(ROTC 14기), 전 고등학교 교장
ㆍ저서 : 한국현대수필작가 대표작선집 『하늘 메아리』 외 10권, 『21세기 한국교육 희망을 말하다』(공저), 2021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최우수도서
ㆍ수상 : 대한민국문학대전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광주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아시아서석문학상 대상, 한민족문화예술상 대상(서울특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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