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2026년 7월 9일(목)
100회 에세이를 쓰며 길을 묻다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앞서 가려는 계절처럼 세월은 빠르게 흘러간다. 어느덧 2018년 7월부터 4주마다 연재한 에세이가 2026년 7월에 100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함께 에세이를 연재한 필진들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오직 나만은 8년이라는 세월을 지켜왔다.
되돌아보면 ‘전남매일’ 필진이 된 후 매일 신문을 펼쳐 보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뇌하던 날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즐겨 읽을 만한 소재와 주제를 찾아 헤매면서 비로소 에세이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동료 에세이 필진들이 어떠한 글을 쓰는지 세심하게 읽어보았고, 그들이 쓴 에세이를 일일이 스크랩해 두었다가 만날 때마다 전해주곤 했다.
수필은 일상의 삶을 형상화하여 글로 표현하는 문학이다. 그러므로 수필가는 남과 다른 안목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사색하여 개성적인 삶의 모습을 상상력을 통해 형상화하여 작품으로 창작해야 한다. 그래서 수필은 누구나 쉽게 익히면서도 막상 쓰려면 쉽게 써지지 않는 글이다.
이러한 수필로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느낀 감동이나 경험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수필(미셀러니)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나 철학적이며 사색적인 주제를 지적으로 다루는 중수필(에세이)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 수필가는 에세이보다는 자신의 생활 속 이야기인 미셀러니를 즐겨 쓰는 편이다.
100회 에세이를 집필하는 동안, 나는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세 권의 수필집을 발간했다. 2021년에 ‘하늘 메아리’와 2025년 ‘마음의 꽃’, 그리고 2026년 4월에 출간한 장편수필 ‘떠나지 않는 철새’는 독자들의 호응이 무척 좋은 편이다. 이들 수필집의 공통적인 주제는 “자연을 사랑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성을 회복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데 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사회질서가 바뀌기 마련이다. 지난 2022년 11월 30일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문명의 대전환을 가져왔으며 지식 체계, 개인의 가치관 등 인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더욱이 과거에는 인간의 영역이라 여겼던 예술 분야에까지 인공지능이 이용되고 있다.
이미 작가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작품을 창작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작품이 수상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은 인간의 창작물도 기계의 산출물도 아닌 일종의 ‘제3의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할지라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나 특정 작가의 영혼이 담긴 창작물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누구라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시, 소설, 수필 등을 손쉽게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수필은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고백하는 진솔한 문학이다. 비록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쓸지라도 인간만이 가진 통찰력과 윤리의식이 깃든 수필을 인공지능이 창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문단은 문예지의 범람으로 등단이 쉬워지면서 신인 작가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이용한 글쓰기가 성행하면서 작가와 독자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게다가 작품의 과잉 생산 속에서도 정작 수준 높은 창작품은 드물어 독자들이 문학을 도외시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합작품이 범람하더라도 오로지 작가의 창의력과 영혼이 담긴 명작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시대가 될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전남매일’ 필진으로서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100편의 에세이를 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이라는 문명의 길목에서 이제 나아가야 할 길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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