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 김한호 에세이

홍매화 심은 뜻은

김 한 호 2025. 2. 28. 10:58

전남매일신문 2025.2.27.()

 

 

홍매화 심은 뜻은

 

김 한 호

 

꽃샘바람이 불면 봄꽃들이 온 산야에 들불처럼 피어난다. 겨울에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그중에서도 매화는 눈 속에 꽃을 피운다고 하여 사군자의 하나로 화격(花格)1품인 꽃이다.

 

매화는 뭇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가 있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구례 화엄사의 들매화와 흑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가 있다.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대명매(大明梅)에서 전남대 홍매로 이름을 바꾼 전남대 교정에는 수형이 아름다운 홍매화가 있다. 홍매화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고경명의 손자 고부천 선생이 1621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희종 황제가 준 분재를 담양 창평에 심고 대명매라 불렀다. 1918년 대명매에서 분주한 후계목을 1972년 전남대 대강당인 민주마루 옆에 옮겨 심었다.

 

전남대 홍매는 해마다 신입생들이 입학할 무렵이면 붉은 꽃을 화사하게 피운다. 마치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풋풋한 대학생들 같다. 나는 중ㆍ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전남대 정문 가까운 아파트에서 26년을 살았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전남대 홍매를 보기 위해 전남대를 찾아갔다. 활짝 핀 홍매화를 보면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대학에 진학하여 훌륭한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장을 할 때는 학교 정문 앞 화단에 홍매화를 심었다. 매화축제가 열리는 내 고향 광양에서 첫 교장을 하던 중학교는 폐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심지 않았지만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가서 교문 가까운 화단에 10여 년생 홍매화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완도의 섬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학교숲가꾸기를 하면서 매화 동산을 만들고 정년퇴직 기념으로 교문 옆 화단에 홍매화 한 그루를 심었다.

 

전생에 나는 꽃을 좋아하고 학동들을 가르치는 선비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선비들이 좋아하는 사군자를 좋아하고 홍매화를 더욱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청소년 시절에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교육자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여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잣더니라는 노랫말이 있다. 이는 벽오동 나무를 심으면 봉황과 같은 어진 지도자가 나타나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백성들의 염원이었다. 원래 이 말은 장자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醴泉)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고 하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홍매화를 심게 된 것은 벽오동을 심고 봉황이 날아오기를 기다리듯이, 우리 학생들이 장차 홍매화같이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교육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미래를 위한 교육은 잠재능력을 계발하여 창의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꿈 너머 꿈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은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이다.” 홍매화를 심은 뜻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하여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를 가져와 자신의 꿈을 실현하여 훌륭한 인재가 되고, 고결한 매화처럼 인품이 향기롭고 따뜻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하여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남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약력

문학박사, 전 중ㆍ고등학교 교장(홍조 근정훈장)

한국수필수필(1994), 문학춘추평론(2001) 등단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광주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아시아서석문학상 대상, 한민족문화예술상 대상(서울특별시장상) 마음의 꽃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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