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 한국문학의 전망
- 인터넷문학과 인공지능 로봇의 글쓰기 -
김 한 호
지금까지 인류는 구술문화시대를 거쳐 문자문화시대를 지나왔다. 그동안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고 활자가 보급됨으로써 종이책을 통한 문자문화시대의 번영을 가져왔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전자책이 등장함으로써 전자문화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또한 21세기에는 인공지능의 개발로 인공로봇이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아날로그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디지털시대인 전자문화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은 이제까지 제각기 다른 방식과 매체로 유통되고 저장되던 정보를 한 가지 단일한 물리량으로 통합시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문학 작품을 전자책이나 CD-ROM, USB 등으로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거기에다 다양한 검색 기능뿐만 아니라 음향, 사진, 그림, 이미지, 동영상의 삽입과 같은 멀티미디어 기능도 제공할 수 있고, 그밖에 다양한 부가 정보를 첨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디지털의 발달은 인간의 삶과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모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디지털 문명의 진화는 기계를 만든 인간이 도리어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는 예측 불가능한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더욱이 유전자를 이식하는 ‘생명 공학’과 생명체에 무기물(전자칩)을 결합시키는 ‘사이보그 공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컴퓨터(로봇)에 장착시키는 ‘비유기물 공학’의 발달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세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아직도 아날로그 사고방식에 얽매어 예전에 해오던 그대로 작품 활동을 하는 문학인들이 많다. 그러나 시대를 선도해야 할 문학인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독자들에게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적 변혁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종이책 시대의 한국문학과 전자책 시대의 인터넷문학 및 인공지능 로봇의 글쓰기에 대하여 살펴보고, 디지털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문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1.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문학
문학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성-성장-소멸의 과정을 거쳐왔다. 또한 문학은 사회적 산물로써 그 시대를 반영하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진화하거나 쇠퇴하기도 한다. 신라시대의 향가, 고려시대의 고려가요와 경기체가, 조선시대의 악장과 가사문학 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멸된 문학 장르들이다. 반면에 평론, 아동문학, 청소년문학, 외국문학(번역), 보고문학, 극작, 드라마, 시나리오 등은 현대문학과 함께 등장한 장르들이다.
이와 같이 문학 장르나 문예사조 역시 영원불변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시대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문학 경향도 달라지며, 새로운 문학이 등장하여 성장하기도 하고 기존의 문학이 도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인들은 시대의 선도자로서 21세기 문학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문학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미 인터넷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파고 들어왔는데도 문학인들은 오프라인 문학으로 무사안일에 빠져 있다. 더욱이 종이책에 의존하던 인문학은 인터넷과 전자 매체의 대중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문학 작품은 독자들이 외면하여 잘 읽히지도 않는데, 문학인들은 예전에 해오던 그대로 종이책의 글쓰기를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한국문단을 볼 때, 인문학의 위기와 함께 한국문학의 장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문학의 위기는 독자들이 공감할만한 좋은 작품을 창작하지 못한 작가들도 문제이지만,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원인은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던 모습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책과 신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와 지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 문자문화시대에는 책을 통하여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의 다양한 전자 매체를 이용하여 지식이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이 영상물을 통한 자료는 책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현실감이 있어 더 인기가 많다. 그래서 책보다도 영상물이나 사진이 게재된 전자책(디지털 북, E-book, 온라인 북)이나 모바일이 대중화되고 있다. 이러한 전자 매체의 영향은 인쇄활자로 된 종이책의 독서를 현저히 저하시키면서 종이책이 그만큼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도 각종 문예지, 시집, 수필집 등 종이책의 창작물은 계속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까닭은 노벨문학상 하나 받지 못한 나라에서 문단에 등단한 작가들은 수만 명이나 된다. 이러한 작가들은 독자들의 관심을 도외시 한 채, 자기 취향에 따라 읽히지도 않는 책을 자비로 출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국문단은 작가들이 넘쳐나는 반면에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수요에 비해 과잉 생산된 종이책으로 인해 더욱 더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영상물의 범람은 독서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한국문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인들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한국문학은 서서히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2.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인터넷문학
디지털시대에 인터넷과 모바일의 대중화는 인간의 삶을 사이버 공간으로 내몰면서 기존에 익숙했던 삶의 양식을 쉽게 바꿔버리고 말았다. 특히 스마트폰은 인간이 발전시켜온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손 안에 잡힐 수 있게 집약시켜 놓았다. 스마트폰 하나로 실시간 정보를 제공받고, 공유하고, 저장하며, 재현하는 모든 미디어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으로 정보 통신, 쇼핑, 전자 상거래, 오락(게임), 연애(채팅) 등 사이버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스마트폰에는 책이나 신문이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어 아무 데서나 전자 독서를 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스마트폰이 다양한 기능을 함으로써 소용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1. 시계, 알람시계, 스톱워치 타이머 2. 손전등 3. 지도, GPS 장치 4. 현금 카드-모바일 결재 5. 오디오 레코더 6. 거울 7. 전자 티켓 8. 카메라, 비디오 카메라 9. 아이팟, CD 플레이어, 라디오 10. 전화 요금, 문자 요금 등이 있다.
스마트폰은 지식과 정보의 대량 생산과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신속히 전파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의 양이 많은 데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정보가 많고, 정보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저장 가치가 없는 일시적인 쓰레기 정보가 난무하는 것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자 기기들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생활양식과 문화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첨단 기기들은 미처 익히기도 전에 새로운 기기가 나오거나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아날로그 세대들에게는 부적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주의 사회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앞서가던 지식이나 사고방식마저 무너져가고 있다.
이와 같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인터넷 문화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새로운 독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자문화시대에는 청소년들이 종이책을 통해 문학 작품을 읽고 정서적인 감성을 키워갔다. 그러나 이제는 교과서도 전자책으로 바뀌어가면서 학교에는 문학 청소년들이 사라져버렸다. 더구나 TV, 컴퓨터, 스마트폰 때문에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도 싫어하여 사고력의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라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에서는 2001년에 인터넷문학 홈페이지를 개설하였다. 그리고 인터넷문학에서는 사이버 등단, 문학상, 백일장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디지털문학관에서는 2016년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구독이 가능한 126개의 문학관과 200권의 전자책을 싣고 있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몇몇 문예지에 수록된 작품들을 디지털 콘텐츠화하여 아카이빙 및 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SNS 시인시대전’을 개최하여 시가 SNS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디카 시’ 등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그림, 만화(웹툰), 사진, 캘리그라프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여 퓨전 장르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시대의 문학 행위는 기존의 종이책 문학과는 다른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진화해가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시대에 인터넷문학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면서 종이책에 실린 문학 작품을 그대로 옮겨 싣는 경우도 있고, 작가가 여러 사이트에 동시에 연재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개인이 아니라 독자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인터넷문학은 독자들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동시에 접촉하여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종이책 시대의 작가 일방적인 소통에서, 쌍방이 주고받는 쌍방향 문학으로 바뀌면서 작가에게 댓글로 서평을 하고 작품 창작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터넷문학은 문학인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공유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문학은 작가와 독자가 공동으로 창작을 하게 되고, 독자가 작가가 되기도 하면서 작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작가의 권위가 사라져가고 있다. 따라서 작가가 작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독자의 수준을 능가하는 전문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반면에 몇몇 인터넷문학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문학은 감각적이고 흥미 위주의 저질 작품으로 문학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인터넷문학은 무분별한 인터넷 언어와 기호 사용으로 국어 문법과 맞춤법을 파괴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문학의 발전보다는 오히려 문학의 퇴보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에서 바람직한 인터넷문학의 존재 양상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인공지능 로봇의 글쓰기
오늘날 우리 사회를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한다. 이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으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인류는 증기기관과 철도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1760~1840)을 가져왔다. 2차 산업혁명(19세기 말~20세기 초)으로 전기와 생산라인 등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기술시대인 3차 산업혁명(1960~1990년대)을 이루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은 초지능화의 특성으로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인간과 사물이 상호 연결되고, 빅데이트와 인공지능 등으로 보다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고도의 기술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며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수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인 폰 노이만에 의해 컴퓨터로 발전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는 기술”이 다방면에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MIT대학교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전문대학을 설립했다. 그만큼 21세기에는 인공지능이 각 분야에 접목하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하여 금융, 의료, 스포츠, 날씨, 자율 자동차 등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차원을 넘어서 인간만이 했던 영역을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여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 인공지능은 수학적 논리를 이용하여 지식을 표상하고 추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수치, 계산 등 주어진 정보를 입력된 방식으로 처리하는 능력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글을 읽고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인간에 비해 뒤떨어졌다. 그래서 컴퓨터 언어는 인공지능의 글쓰기 영역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로봇기자 시대가 열렸다. SBS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때 로봇기자 ‘나리’를 선보였다. 최근 연합뉴스가 ‘사커봇’이라는 로봇기자가 영국 프로축구 기사를 경기가 끝난 후 1~2초 만에 송고했다. 이처럼 미국이나 영국 신문사에서는 정형화된 기사는 인공지능 로봇기자가 쓰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문학적 글쓰기에 앞서 다양한 실용적인 글쓰기에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가장 타격을 입은 글쓰기는 번역이다. 번역기가 워낙 수준이 높아 어려운 논문도 잘 번역한다. 인공지능은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최적의 어순을 찾는다. 그리고 입력만 제대로 해 놓으면 순식간에 완벽하게 번역하여 좋은 글로 만든다. 반면에 인간에게 쉬운 문장을 인공지능이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시험 로봇은 4년간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원인은 독해력 부족이었다. 독해력, 창의력, 관찰력 등 인간의 지능은 인공지능보다 우월한 점이 많다. 그래서 하버드대학교에서는 노벨상과 저명인사를 많이 배출하는 저력은 글쓰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입학시험부터 졸업할 때까지 에세이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온 창작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도전하여 작가의 글쓰기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 2016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단편소설 공모전에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1차 예심을 통과했다. 심사위원들은 인공지능이 작성한 소설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다양한 글쓰기를 넘어서 문학적인 작가의 창작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쓴 소설은 인간이 창작한 소설에 비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에 의한 자료 입력, 립러닝의 언어 처리와 논리적 추론을 통해 소설과 시나리오 쓰기는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간의 도움 없이 소설가가 쓴 소설처럼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로 독자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감응하는지 파악하여 인간을 감동시킬 것이다. 특히 컴퓨터 전문가와 뇌 연구자, 작가가 모여 글쓰기의 원리와 글쓰기의 모형을 창안한다면 인공지능 로봇의 글쓰기는 작가의 능력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은 언제, 어디서, 무엇에 대해서는 쓸 줄 알지만 왜, 어떻게를 설명할 줄 모른다. 더구나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 통찰력, 직관, 감성, 윤리성 등의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에 인간의 상상력을 능가하는 공상이나 환상 등을 개발하여 환타지 문학을 만들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앞으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장르에 따라 효용 가치가 높은 문학은 인공지능 로봇이 생산해 낼 것이다. 시 창작은 소설이나 시나리오 창작에 앞서 시도되었다. 하지만 시 창작은 시인의 감성과 고도의 언어 감각을 인공지능이 흉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허구이며 가상현실인 소설이나 시나리오는 영화나 연속극의 각본으로 수요자의 호응에 따라 인공지능 로봇이 만든 작품을 수준 높은 작가가 재창조해 낼 것이다.
특히 수필은 “사실적 체험을 상상력을 통해 언어로 형상화한 문학”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이 쓸 수 없다. 또한 평론은 객관적인 비평보다는 작가의 주관적인 비평의식이 드러나는 글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다룰 장르가 아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글쓰기는 창의적 모방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환타지 문학은 얼마든지 가상현실을 설정하여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창작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윤리의식이 없는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작품에 대한 책임이 없어 사회적으로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작가들은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더구나 인공지능 로봇작가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할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갖지 못한 창의력으로 인류의 보편적인 삶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4. 디지털시대에 한국문학의 전망
디지털시대에 한국문학은 아날로그시대의 종이책과는 달리 인터넷문학과 인공로봇의 글쓰기로 이전의 문학 활동과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인은 시대의 선도자로서 눈에 보이는 사회 현상뿐만 아니라 내면의 민중의 변화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더구나 매체와 미디어가 변하면 우리의 삶과 예술도 변하기 마련이다. 디지털시대에는 기존의 종이책 문학에서 전자책 문학으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말과 글로 된 언어문학이 각종 매체 및 미디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문학 형태의 또 다른 장르가 탄생할 것이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전자신문이 대중화되면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전자신문이 일반화되고 있는 데도 아직까지 종이신문은 감소할 뿐이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자책은 처음에는 종이책에 비해 훨씬 덜 읽혔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자책, PDF 파일, 스마트폰이 책과 인쇄 매체를 대체하면서 서서히 종이책이 쇠퇴해가고 있다.
인터넷문학의 성장으로 종이책 문학의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결코 소멸되지 않고 공존할 것이다. 하지만 종이책의 수요가 줄어들고 전자책이 대세를 이루면서 컴퓨터와 모바일로 독서를 하는 인구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문학은 첨단 기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향유하면서 독자들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비평하고, 작품 창작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독자에 비해 수준이 뒤떨어진 작가는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시대에는 말보다는 글이 주된 소통 방식이 될 것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처럼 다중을 상대로 긴 문장보다는 촌철살인 같은 짧은 글이 자극적인 영상물과 함께 난무할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시대에 감동적인 언어와 세련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인간다움’을 일깨워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로 된 문학 작품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세계화시대에는 외국문학의 무분별한 유입과 베스트셀러 위주의 상업적인 흥행이 순수문학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새로운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창작 기법과 문학 풍토에서 탈피하여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실험적인 문학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상상력에 의해 종교, 국가, 화폐, 법, 제도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언어를 만들어 의사소통을 하고, 기록을 남겨 후세에 전승함으로써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고, 서로 ‘협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상상력의 원천은 문학이며, 문학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꾸며낸 이야기 즉 허구이다. 그러므로 문화와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문학을 통한 상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누군가 상상한 것은 누군가 실현한다’는 말처럼 상상력은 과학적 창의성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문학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학문과 예술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한다. 미래에는 인문학(문학, 역사, 철학, 언어학, 심리학, 종교학, 신학, 예술 등)이 매체 및 미디어와의 결합뿐만 아니라, 인문학+과학, 인문학+예술+스포츠, 인문학+의학+공학 등 우리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인문학과 많은 분야 간의 통섭이 이루어질 것이다. 문학 역시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사진,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장르와 결합하여 종합예술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문학 행사 때 하는 시낭송(문학+음악), 시화전(문학+서예+미술), 백일장은 조선시대 시조창, 한국화의 시(詩) 서(書) 화(畵), 과거시험장의 형태를 현대에까지 이어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작가 위주의 창작 활동과 기존의 문학 행사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문학 작품을 다양한 예술 장르와 결합뿐만 아니라 전자 매체 및 미디어 아트와 결합하여 낯설게 만든 행사를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문학 행정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여 문학 행사, 문학 사업, 문학 관광자원화, 문학관 건립 등의 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 특히 문학관은 작품집이나 작가의 유물 전시장이 아닌 작가와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발표와 전시, 공연 등 행사 공간으로 바꾸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마당(場)이 되어야 한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보더라도 학문과 예술은 실험정신에 의해 창조되어 왔다. 문학 역시 새로운 장르의 출현과 기존 장르의 몰락은 실험적인 시도에 의해 진화하고 도태되어 왔다. 그러므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문학 유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학인들은 디지털시대의 변화된 현실에 대응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며 종이책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는 미래지향적인 삶의 추구나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래세계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며, 작가의 의도와 독자들의 호응에 따라 문학 양상도 변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인들은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디지털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작품 활동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문학이 세계적인 문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약력>
ㆍ『한국수필』(1994) 수필, 『문학춘추』(2001) 평론 등단
ㆍ 문학박사, 전 고등학교 교장(홍조근정훈장)
ㆍ 저서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해야지』(2018, 범우사) 외 7권
ㆍ 세종문학상, 수필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전남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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