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및 평론

아파트 개구리 소리

김 한 호 2024. 8. 29. 10:19

전남매일신문2024.8.29() 게재

 

아파트 개구리 소리

 

김 한 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아파트 작은 연못에 개구리가 살고 있다. 여름철이면 개구리 소리가 합창인 양 들려온다. 그런데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개구리 떼창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개구리를 모두 없애버리자고 한다. 그래서 목청이 큰 개구리를 잡아다 광주천에 버렸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개구리 소리가 자연의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하면서 없애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조용한 밤에 개구리 소리를 녹음하여 친구들 카톡에 올렸더니 오랜만에 들어보는 농촌의 정겨운 소리라고 다들 좋아한다. 자연의 소리는 아름답다. 자연에서 들리는 새 소리, 풀벌레 소리는 우리의 영혼을 깨우는 아름다운 소리들이다.

 

자연 생태계 최초의 소리는 귀뚜라미 소리였다. 과학자들은 10억 년 전 귀뚜라미 화석에 박힌 날개에서 소리를 찾아냈다. 그 후 15000만 년 전에 꽃식물이 진화하여 먹이가 풍부해지자 자연에 사는 동물들의 소리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개구리는 번식기에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아래턱의 주머니를 부풀려 소리를 낸다. 암컷은 울음주머니가 없어 작은 소리로 삑삑 소리를 낸다. 개구리는 한 마리가 울면 뒤따라서 합창을 한다.

 

개구리는 물과 땅을 오가며 사는 양서류로 전 세계에 8011종이 산다. 사막에 사는 사막개구리가 있으며 1m가량 되는 골리앗개구리도 있다. 피부에서 독을 분비하는 독화살 개구리와 무당개구리는 맹독이라 원주민들이 화살에 묻혀 사냥에 쓰기도 한다.

 

한국에 사는 개구리는 13종이 있으며 대부분 참개구리이고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종이다. 개구리는 물과 육지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개구리의 먹이는 주로 작은 곤충, 벌레, 작은 무척추동물로 생태계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양서류의 41%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아파트 단지에 분수가 있는 작은 연못은 자연학습장이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에는 꼬리가 있다가 개구리가 되면 없어진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연못에 놀러 와서 올챙이를 보며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이들이 올챙이가 헤엄치는 모습처럼 귀엽다.

 

어린 시절에 나는 농촌 들녘에서 올챙이를 잡아다 집에서 길렀다. 우리들은 개구리를 잡아 장난을 하다 개구리가 큰 눈을 부릅뜨고 깩깩 소리를 질러 놀라기도 했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인 우리 세대는 자연 속에 사는 동식물들과 어울려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도시에서 태어나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개구리가 자연 생태계의 중요한 생물인데도 그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아파트에도 없는 개구리를 시끄럽다고 아파트 연못에서 없애버리자고 하면 되겠는가?

 

우리 아파트는 조경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자연 친화적인 아파트다. 봄이면 온갖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여름이면 연못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리며, 단풍이 물든 가을에는 꽃무릇이 만발하고, 겨울에는 솔숲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마치 설국에 사는 것만 같다.

 

무등산아이파크 주민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 앞에는 광주천이 흐르고, 남광주역 지하철이 가까이 있으며, 멀리 무등산 정상이 바라보인다. 이렇게 좋은 아파트에서 다정다감한 이웃들과 함께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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